디지털 유산

해킹된 자유의지: 알고리즘은 우리의 선택을 조종하는가?

steady-always 2025. 5. 29. 11:00

1. 우리는 정말 스스로 선택하고 있을까? 자유의지와 알고리즘의 관계

우리는 매일 수많은 결정을 내립니다. 아침에 어떤 뉴스를 클릭할지, 점심으로 뭘 먹을지, SNS에서 어떤 게시물에 반응할지 등. 이런 행동이 모두 자율적인 선택처럼 느껴지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또 다른 주체가 존재합니다. 바로 플랫폼이 제공하는 추천 알고리즘입니다. 유튜브가 보여주는 다음 영상, 인스타그램이 띄우는 피드, 쇼핑몰이 제안하는 상품들. 이 모든 선택지는 개인의 기호를 분석한 알고리즘의 결과물이며, 결국 사용자는 그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게 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우리가 무한한 선택의 자유를 가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선택지는 사실상 과거의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정교하게 필터링된 결과물입니다. 알고리즘은 단지 우리가 좋아할 만한 것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계속해서 그 플랫폼에 머물게 하기 위해 설계된 전략입니다. 추천된 콘텐츠는 우리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최적화되어 있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점점 더 좁은 범위의 정보와 관점 안으로 갇히게 됩니다. 이는 '정보의 다양성'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으며, 사용자는 점차 알고리즘이 허락한 세상 안에서만 살아가게 됩니다.

표면적으로는 무한한 선택의 자유를 보장받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전에 선별된 옵션 중에서 고르는 것에 불과합니다. 알고리즘은 과거의 클릭과 시청 시간, 구매 이력 등을 토대로 사용자가 무엇을 더 오래 머무를지를 계산해 추천을 조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 본인은 자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실은 무의식적으로 유도된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결국 우리는 알고리즘이 설정한 정보의 틀 안에서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며, 진정한 의미의 자유의지는 점점 약화되고 있는 셈입니다.

해킹된 자유의지: 알고리즘은 우리의 선택을 조종하는가?

2. 디지털 정체성은 나인가, 알고리즘이 만든 또 다른 나인가

우리가 남기는 온라인 기록들은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디지털 초상을 형성합니다. 검색한 키워드, 시청한 영상, 구매한 물건 등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어내죠. 그런데 이 디지털 정체성이 진짜 나를 반영하는 걸까요, 아니면 알고리즘이 조립한 또 다른 나일까요?

디지털 공간에서 우리는 수많은 발자국을 남깁니다. 이 흔적들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우리의 성향과 행동을 해석하는 데이터 패턴으로 정리됩니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사용자 본인의 자각과는 무관하게 해석되고 활용되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우리의 자아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그 결과, 우리가 소비하는 콘텐츠는 우리가 원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행동에 따라 '적합하다고 여겨진 것'으로 고정될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반복적으로 학습하면서, 특정한 방향으로 사용자의 성향을 고정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관심에서 시작된 콘텐츠 소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정 정치 성향, 라이프스타일, 소비 습관으로 굳어지기도 합니다. 이는 사용자가 자율적으로 정체성을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 제공하는 틀에 따라 '길들여진 자아'로 수렴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특정한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유도하면서 디지털 정체성을 구성합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남기는 기록은 온전히 나의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닐 수 있으며, 이는 후대가 마주하게 될 '디지털 유산'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남기는 콘텐츠가 과연 내 내면의 진실한 표현인지, 아니면 수많은 피드백 루프가 만들어낸 알고리즘의 산물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3. 디지털 유산의 주인은 누구인가? 소유권과 통제력의 문제

우리는 종종 내가 올린 게시물, 남긴 댓글, 촬영한 사진 등이 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플랫폼의 이용약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용자 콘텐츠에 대한 접근권과 활용권은 종종 플랫폼에 귀속되어 있습니다. , 내 디지털 흔적이 실제로는 내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말입니다.

더욱이 사용자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의 데이터는 플랫폼에 그대로 남아 새로운 콘텐츠 제작이나 알고리즘 학습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고인의 데이터가 상업적으로 재가공되거나, 원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디지털 유산의 소유와 관리 권한이 유족에게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로 인해 사망자의 디지털 정체성은 살아 있는 동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형될 수 있으며, 이는 남은 가족에게 큰 혼란과 감정적 불편함을 줄 수 있습니다.

플랫폼은 개인의 사적 데이터를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하고, 이를 상업적 목적이나 기술 개발에 재활용합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사용자의 동의가 얼마나 실제로 반영되었는지, 또 그 사용 방식이 윤리적으로 정당한지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과 선택이 담긴 기록이기 때문에, 우리는 디지털 유산의 소유권과 활용 방식에 대해 보다 섬세한 사회적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지 기술적인 차원이 아니라 윤리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사망자의 데이터가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법적 보호 장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내가 남긴 디지털 자취가 플랫폼의 자산이 되어버리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죽어서도 여전히 알고리즘의 일부로 기능하게 될 것입니다. 죽은 뒤에도 남는 데이터가 나를 대변할 수 있으려면, 살아 있을 때의 의도와 선택이 제대로 보존되고 존중받아야만 합니다.

 

4. 알고리즘 시대, 우리는 어떤 유산을 남겨야 할까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내가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이 정말 '내가 선택한 것'인가? 디지털 시대에 진정한 유산을 남기기 위해서는 먼저 자율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플랫폼의 추천 시스템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의 판단 기준을 세우고, 다양한 정보를 접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소비 습관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나라는 존재의 정체성을 스스로 구축하고 표현하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데이터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남긴 기록을 언제든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 있어야 하며, 사망 이후 그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한 선택권도 보장받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적 기능뿐 아니라 법적 제도와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디지털 주권이라는 개념이 단지 생존 시기의 권리로 국한되지 않고, 사후에도 유효하도록 확장되어야 합니다.

플랫폼 기업 역시 사용자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사용자 스스로 자신의 디지털 흔적을 통제할 수 있는 도구와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 가능성과 사용자 중심의 설계가 중요해집니다.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사용자 권리 보장을 위한 기술적 기준도 함께 마련되어야 하며, 이는 단지 사용자 보호 차원이 아니라 디지털 사회 전체의 건강성을 위한 기반이 됩니다.

우리는 이제 데이터를 남기는 존재이자, 그것을 통해 기억되는 존재입니다. 알고리즘 시대에도 나다운 유산을 남기기 위해,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주체적으로 디지털 세계를 살아가야 할 때입니다. 타인의 의도나 시스템의 설계가 아닌, 나의 삶과 선택이 반영된 기록을 남기기 위한 노력은 결코 과소평가되어선 안 됩니다. 디지털 유산은 미래 세대가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창이 될 수 있으며, 그 진정성은 오직 지금의 나만이 지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