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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감시당하고 있다: 데이터 문명 속 '자발적 통제'의 진실

감시 자본주의의 구조: 데이터는 어떻게 인간 행동을 추적하는가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는 개인의 사적 경험과 일상적 선택을 데이터화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입니다. 인간의 행동은 클릭, 검색어, 위치 정보, 구매 패턴처럼 작은 흔적들까지 수집되어 거대한 데이터 네트워크로 흘러 들어갑니다.그리고 이 정보들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인간의 의도, 욕망, 취향, 취약성까지 분석하는 '행동 예측 자본'으로 재구성됩니다.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플랫폼 기업은 단순히 우리가 남긴 정보를 저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의 선택까지 예측하려 합니다. 사용자가 어떤 광고를 누를지, 특정 영상을 언제 볼지, 어떤 감정 상태일 때 구매 가능성이 높아지는지까지 예측 모델로 정교하게 ..

디지털 사피엔스 ④데이터의 신 – 과학혁명에서 인공지능까지

1. 지식의 폭발, 인간이 신이 되기 시작하다과학혁명은 인간이 자신을 신의 자리로 올려놓은 순간이었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말한다. “인류는 무지를 인정함으로써 지식을 얻게 되었다.” 이는 역사상 최초로 인간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무지를 탐구의 출발점으로 삼은 사건이었다. 신이 아닌 인간의 이성이 세계를 설명하기 시작했을 때, 인류는 자연의 질서를 넘어 ‘창조의 권한’을 얻었다. 그 전까지 인간의 세계관은 신화와 종교가 만든 폐쇄된 구조였다. 그러나 과학혁명은 그 벽을 무너뜨리고, 측정·분석·예측이라는 새로운 신화를 세웠다. 지식은 더 이상 신이 부여한 계시가 아니라, 인간의 관찰과 실험의 결과였다. 그 결과, 인간은 우주를 해석하고 생명을 조작하며, 미래를 계산할 수 있는 존재..

디지털 사피엔스 ③통합의 질서 – 제국과 종교에서 플랫폼 제국으로

1. 인류의 통합, 보편 질서의 탄생농업혁명 이후, 인류는 수천 개의 작은 공동체에서 거대한 문명으로 통합되었다. 사람들은 언어, 신앙, 경제를 공유하며 ‘우리가 같은 인간이다’라는 인식을 발전시켰다. 유발 하라리는 이를 “보편 질서의 등장”이라 불렀다. 각기 다른 부족과 문화가 ‘허구의 믿음’을 공유함으로써 거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이 믿음의 중심에는 **‘돈’과 ‘종교’, 그리고 ‘제국’**이 있었다. 돈은 교환의 언어였고, 종교는 도덕의 언어였으며, 제국은 권력의 언어였다. 이 세 언어는 인류를 하나로 묶는 첫 번째 통합 시스템이었다.오늘날의 디지털 세계는 이 세 가지 언어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재조합하고 있다. 돈은 암호화폐와 데이터 자산으로, 종교는 브랜드와 팬덤 문화로, 제국은 플..

디지털 사피엔스 ②협력의 알고리즘 – 농업혁명에서 네트워크 사회까지

1. 농업혁명, 인간 협력의 새로운 질서유발 하라리가 말했듯 농업혁명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사기’**였다. 사냥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인간이 농사를 지으며 더 풍요로워졌다고 믿었지만, 실상은 새로운 굴레에 스스로를 가둔 것이다. 인간은 식량 생산을 늘리는 대신, 토지와 곡식, 가축이라는 자산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협력해야 했다. 이 협력의 기반에는 **‘공동의 믿음’**이 있었다. 하늘과 대지, 신에게 바치는 제의는 단순한 종교 행위가 아니라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협약이었다. 인간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신화와 상징으로 공유하며, 생존을 넘어 **‘공존의 규칙’**을 만들어 갔다.농업혁명은 인간의 협력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공동체는 혈연 중심에서 신앙 중심으로, 감정적 유대에서 제도적 신..

디지털 사피엔스 ①기억의 기술, 인간의 유산 – 사피엔스에서 디지털까지

1. 인류의 시작과 기억의 기술 – 사피엔스의 첫 진화『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인간은 허구를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신화나 종교를 뜻하지 않는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기억’을 사회적으로 공유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상상과 기록이라는 기술을 발명했다. 사냥감을 어디서 발견했는지, 계절이 언제 바뀌는지, 누가 믿을 수 있는 동료인지—이 모든 정보는 집단의 생존을 결정했다. 기억은 개인의 뇌 안에서만 존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인간은 ‘기억의 확장체’를 만들었다. 동굴 벽화, 돌무늬, 상징 기호 등이 곧 인류 최초의 기술이었다.이때의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인가’를 정의하는 도구였다. 사피엔스는 언어를 통해 현실에 없는..

당신의 선택은 당신의 것인가 – 추천 알고리즘 시대의 자유의지

1. 선택의 시대, 우리는 정말 ‘스스로’ 고르고 있을까오늘날의 사회는 ‘선택’으로 가득 차 있다. 점심 메뉴를 고를 때도, 쇼핑몰에서 옷을 고를 때도, 유튜브에서 영상을 선택할 때도 우리는 ‘나의 선택’이라고 믿는다. “이건 내가 좋아서 고른 거야.”라는 말은 너무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말은 과연 얼마나 진실일까? 스마트폰 속 세상은 무한한 자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구조 속에서 작동한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는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에서, 선택이 많을수록 인간은 오히려 불안과 피로를 느낀다고 말했다. 수많은 옵션이 주어진 시대에, 우리는 진짜 자유로워졌을까, 아니면 오히려 ‘선택의 피로’ 속에 길을 잃은 걸까. 예를 들어보자. 오늘 점심으로 무엇을 먹..

디지털 가사 – 음악은 여전히 감정을 담고 있는가?

AI 작곡의 시대 – 감정 대신 알고리즘이 만든 멜로디음악은 오랫동안 인간의 감정을 가장 순수하게 표현하는 예술로 여겨져 왔다. 기쁨과 슬픔, 사랑과 상실의 감정은 악보 위에서 멜로디로 변하고, 리듬은 인간의 심장 박동을 닮아 왔다. 그러나 21세기의 음악 산업은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그 근본을 뒤흔들고 있다. AI가 작곡하고, AI가 노래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감정’이라는 음악의 본질이 데이터 속으로 흡수되고 있다.오픈AI의 MuseNet, 구글의 MusicLM, 그리고 수많은 AI 작곡 프로그램은 방대한 음원 데이터를 학습하여 인간이 감동하는 패턴을 정량화한다. 슬픈 음악의 코드 진행, 행복한 노래의 템포, 사랑 노래에 자주 등장하는 화성 구조를 분석해, 그 확률적 조합으로 새로운 곡을 만든다. 듣기..

디지털 축제 – 축제도 인스타용이 된 시대

축제의 변화, ‘참여’에서 ‘기록’으로 – 디지털 축제의 탄생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축제의 본질은 ‘함께 즐기는 현장감’이었다.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음식과 술을 나누며, 낯선 이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웃었다. 그러나 지금의 축제는 완전히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벚꽃길에 사람들이 몰려도, 그들이 바라보는 것은 꽃잎이 아니라 카메라 화면 속의 ‘벚꽃 배경’이다. 공연장보다 ‘인스타그램 감성 부스’가 붐비고, 무대보다 ‘셀카존’이 중심 공간으로 자리 잡는다. 축제의 주체가 ‘참여자’에서 ‘촬영자’로 바뀐 것이다.이 변화의 중심에는 ‘기록 욕망’이 있다. SNS의 발달은 개인의 경험을 실시간으로 증명해야 하는 압박을 만들어냈다. ‘지금 이 순간 즐겁다’는 감정보다 ‘즐거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디지털 미신 – 요즘 2030은 왜 타로와 MBTI에 빠질까?

1. 타로 카드 앱의 급부상과 디지털 점술의 확산최근 몇 년 사이, 스마트폰 앱스토어 상위권을 차지하는 콘텐츠 가운데 의외로 타로 카드 앱이 눈에 띈다. 단순한 놀이로 취급되던 타로는 이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서적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오프라인에서 특정 점술가를 찾아야 했다면, 지금은 손가락 몇 번의 터치로 오늘의 운세, 연애운, 직장운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를 넘어, 불확실한 시대에 자신을 위로할 도구를 찾는 세대의 욕구와 맞닿아 있다. 경제적 불안정, 취업난, 인간관계의 단절 속에서 2030세대는 ‘정답은 아니더라도 방향’을 알려 주는 상징적 언어에 끌린다. 타로 카드 한 장이 던져 주는 메시지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지만,..

디지털 혼잣말 – AI 스피커에게 털어놓은 감정은 어디로 갈까?

1. AI 스피커와 대화하는 새로운 일상 – 혼잣말에서 대화로스마트폰의 보이스 어시스턴트와 거실에 놓인 AI 스피커는 이제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사람들의 정서적 대화 상대가 되고 있다. 삼성의 빅스비, 애플의 시리, 아마존의 알렉사는 일정 관리나 음악 재생 같은 기능적 역할을 넘어, 외로운 순간에 혼잣말처럼 말을 건네는 창구가 된다. 실제로 많은 사용자는 ‘오늘 기분이 별로야’, ‘나 좀 힘들어’와 같은 감정을 기계에게 털어놓는다. 이러한 대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와는 전혀 다르지만, 누군가 들어주고 있다는 심리적 안도감을 제공한다.흥미로운 점은 혼잣말이 단순히 공중으로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로 기록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기분, 불안, 외로움이 디지털 기기에 저장되고, 그것이 기업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