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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속의 자아: '누군가 보고 있다'는 감각은 우리를 어떻게 바꾸는가?

1. 판옵티콘과 감시 사회 '보일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권력'의 구조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감시가 직접 강압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장 날카롭게 포착한 철학자이다. 그가 설명한 **'판옵티콘(panopticon)'**은 단순한 교도소 구조가 아니라, 감시의 가능성만으로 스스로 규율하게 만드는 권력 기술이다. 중앙의 감시탑에서 실제로 누가 보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볼 수도 있다'는 강력한 가능성만으로 수감자는 자기 행동을 조정하고, 규칙을 어길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감시의 실체가 아니라 감시의 가능성이 인간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판옵티콘은 현대 사회의 가장 본질적인 구조가 되었다.오늘날 인간은 더 이상 감옥에 있지 않지만, 도시는 카메라의 네트워..

플랫폼 국가 - 빅테크는 국가보다 강력한 제국인가

1. 플랫폼 주권인류가 국가라는 조직을 만들어낸 배경에는 '영토'와 '주권'이라는 명확한 경계가 있었다. 전통적 국가의 힘은 물리적 공간을 통제하는 데서 비롯되었고, 국경을 넘는 순간 법, 규율, 세금이 달라졌다. 그러나 21세기의 질서는 완전히 다른 원리를 따라 움직인다. 이제 영토는 지도를 벗어나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되었고, 이 공간을 지배하는 주체는 더 이상 국가가 아니다.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과 같은 초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세계 시민의 일상, 경험, 규범을 사실상 통제하면서 새로운 "플랫폼 제국"의 형태를 완성하고 있다.플랫폼의 주권은 물리적 강제력, 군사력, 사법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데이터 흐름을 통제하고 알고리즘을 설계함으로써 이용자 행동을 규율한다. 예를 들어, 구글은..

SNS는 우리의 행동을 어떻게 설계하는가: 알고리즘 감옥

추천 알고리즘의 구조: '맞춤형 피드'가 아니라 '행동을 설계하는 기계'SNS가 제공하는 피드 화면은 단순히 '취향에 맞춰진 콘텐츠 목록'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용자가 어떤 방식으로 클릭하고, 멈추고, 공유하고, 충동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지를 분석하여, 그 패턴을 최대한 반복시키도록 설계된 정교한 예측 시스템입니다.오늘날 SNS 플랫폼은 사용자의 취향을 존중하기보다, **플랫폼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설계된 '사용자 경험(UX) 실험실'**에 가깝습니다.우리가 피드를 내릴 때마다 수백 개의 알고리즘이 동시에 작동하며, 사용자가 어떤 화면에 더 오래 머무는지, 어떤 유형의 문장에 더 오래 멈추는지, 어떤 색감의 사진에 반복적으로 반응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다음 추천에 적용합니다.추천..

우리는 감시당하고 있다: 데이터 문명 속 '자발적 통제'의 진실

감시 자본주의의 구조: 데이터는 어떻게 인간 행동을 추적하는가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는 개인의 사적 경험과 일상적 선택을 데이터화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입니다. 인간의 행동은 클릭, 검색어, 위치 정보, 구매 패턴처럼 작은 흔적들까지 수집되어 거대한 데이터 네트워크로 흘러 들어갑니다.그리고 이 정보들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인간의 의도, 욕망, 취향, 취약성까지 분석하는 '행동 예측 자본'으로 재구성됩니다.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플랫폼 기업은 단순히 우리가 남긴 정보를 저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의 선택까지 예측하려 합니다. 사용자가 어떤 광고를 누를지, 특정 영상을 언제 볼지, 어떤 감정 상태일 때 구매 가능성이 높아지는지까지 예측 모델로 정교하게 ..

디지털 사피엔스 ④데이터의 신 – 과학혁명에서 인공지능까지

1. 지식의 폭발, 인간이 신이 되기 시작하다과학혁명은 인간이 자신을 신의 자리로 올려놓은 순간이었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말한다. “인류는 무지를 인정함으로써 지식을 얻게 되었다.” 이는 역사상 최초로 인간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무지를 탐구의 출발점으로 삼은 사건이었다. 신이 아닌 인간의 이성이 세계를 설명하기 시작했을 때, 인류는 자연의 질서를 넘어 ‘창조의 권한’을 얻었다. 그 전까지 인간의 세계관은 신화와 종교가 만든 폐쇄된 구조였다. 그러나 과학혁명은 그 벽을 무너뜨리고, 측정·분석·예측이라는 새로운 신화를 세웠다. 지식은 더 이상 신이 부여한 계시가 아니라, 인간의 관찰과 실험의 결과였다. 그 결과, 인간은 우주를 해석하고 생명을 조작하며, 미래를 계산할 수 있는 존재..

디지털 사피엔스 ③통합의 질서 – 제국과 종교에서 플랫폼 제국으로

1. 인류의 통합, 보편 질서의 탄생농업혁명 이후, 인류는 수천 개의 작은 공동체에서 거대한 문명으로 통합되었다. 사람들은 언어, 신앙, 경제를 공유하며 ‘우리가 같은 인간이다’라는 인식을 발전시켰다. 유발 하라리는 이를 “보편 질서의 등장”이라 불렀다. 각기 다른 부족과 문화가 ‘허구의 믿음’을 공유함으로써 거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이 믿음의 중심에는 **‘돈’과 ‘종교’, 그리고 ‘제국’**이 있었다. 돈은 교환의 언어였고, 종교는 도덕의 언어였으며, 제국은 권력의 언어였다. 이 세 언어는 인류를 하나로 묶는 첫 번째 통합 시스템이었다.오늘날의 디지털 세계는 이 세 가지 언어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재조합하고 있다. 돈은 암호화폐와 데이터 자산으로, 종교는 브랜드와 팬덤 문화로, 제국은 플..

디지털 사피엔스 ②협력의 알고리즘 – 농업혁명에서 네트워크 사회까지

1. 농업혁명, 인간 협력의 새로운 질서유발 하라리가 말했듯 농업혁명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사기’**였다. 사냥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인간이 농사를 지으며 더 풍요로워졌다고 믿었지만, 실상은 새로운 굴레에 스스로를 가둔 것이다. 인간은 식량 생산을 늘리는 대신, 토지와 곡식, 가축이라는 자산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협력해야 했다. 이 협력의 기반에는 **‘공동의 믿음’**이 있었다. 하늘과 대지, 신에게 바치는 제의는 단순한 종교 행위가 아니라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협약이었다. 인간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신화와 상징으로 공유하며, 생존을 넘어 **‘공존의 규칙’**을 만들어 갔다.농업혁명은 인간의 협력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공동체는 혈연 중심에서 신앙 중심으로, 감정적 유대에서 제도적 신..

디지털 사피엔스 ①기억의 기술, 인간의 유산 – 사피엔스에서 디지털까지

1. 인류의 시작과 기억의 기술 – 사피엔스의 첫 진화『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인간은 허구를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신화나 종교를 뜻하지 않는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기억’을 사회적으로 공유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상상과 기록이라는 기술을 발명했다. 사냥감을 어디서 발견했는지, 계절이 언제 바뀌는지, 누가 믿을 수 있는 동료인지—이 모든 정보는 집단의 생존을 결정했다. 기억은 개인의 뇌 안에서만 존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인간은 ‘기억의 확장체’를 만들었다. 동굴 벽화, 돌무늬, 상징 기호 등이 곧 인류 최초의 기술이었다.이때의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인가’를 정의하는 도구였다. 사피엔스는 언어를 통해 현실에 없는..

당신의 선택은 당신의 것인가 – 추천 알고리즘 시대의 자유의지

1. 선택의 시대, 우리는 정말 ‘스스로’ 고르고 있을까오늘날의 사회는 ‘선택’으로 가득 차 있다. 점심 메뉴를 고를 때도, 쇼핑몰에서 옷을 고를 때도, 유튜브에서 영상을 선택할 때도 우리는 ‘나의 선택’이라고 믿는다. “이건 내가 좋아서 고른 거야.”라는 말은 너무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말은 과연 얼마나 진실일까? 스마트폰 속 세상은 무한한 자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구조 속에서 작동한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는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에서, 선택이 많을수록 인간은 오히려 불안과 피로를 느낀다고 말했다. 수많은 옵션이 주어진 시대에, 우리는 진짜 자유로워졌을까, 아니면 오히려 ‘선택의 피로’ 속에 길을 잃은 걸까. 예를 들어보자. 오늘 점심으로 무엇을 먹..

디지털 가사 – 음악은 여전히 감정을 담고 있는가?

AI 작곡의 시대 – 감정 대신 알고리즘이 만든 멜로디음악은 오랫동안 인간의 감정을 가장 순수하게 표현하는 예술로 여겨져 왔다. 기쁨과 슬픔, 사랑과 상실의 감정은 악보 위에서 멜로디로 변하고, 리듬은 인간의 심장 박동을 닮아 왔다. 그러나 21세기의 음악 산업은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그 근본을 뒤흔들고 있다. AI가 작곡하고, AI가 노래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감정’이라는 음악의 본질이 데이터 속으로 흡수되고 있다.오픈AI의 MuseNet, 구글의 MusicLM, 그리고 수많은 AI 작곡 프로그램은 방대한 음원 데이터를 학습하여 인간이 감동하는 패턴을 정량화한다. 슬픈 음악의 코드 진행, 행복한 노래의 템포, 사랑 노래에 자주 등장하는 화성 구조를 분석해, 그 확률적 조합으로 새로운 곡을 만든다. 듣기..